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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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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그리는 그림

전영임 시인

기사입력 2023-01-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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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그리는 그림

 

전영임

 

 

세상에, 낭구가 그림을 그린대이

못 배운 나보다 백 배는 더 똑똑한 갑다

 

남녘 문

열어놓고서

시름으로 뱉던 말씀

 

그 나무 부러웠을까

둥치 아래 잠든 당신

실바람 이명처럼 그 음성 나를 때마다

매끈한 너울가지가

웃어주던 유년의 집

 

오늘은 먼 기억 속

당신을 그리네

낫낫한 붓이 되어 처연하게 그리네

메말라

야윈 가지가

생기 살금 머금네

 

 

 

시조집 나무가 그리는 그림(책만드는집, 2020)

 

詩作노트

 

학교 교문 앞도 못 가보신 아버지는 평소 글자를 모르는 걸 많이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어느 봄, 한 잔 술을 하신 날 방문을 열어 놓고 마당가에 늘어진 나뭇가지를 보시던 당신께서
푸념처럼 뱉던 말씀이 어린 내 가슴에 콕 박혔었나 봅니다

나무는 그림도 저리 잘 그리는데 무지한 당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 나무조차도 부러우셨나 봅니다.
어느 날 저도 똑 같이 문을 열고 나무를 보고 있는데 유년의 집 그 방문 밖의 나무가 생각 났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고 난 후 한참을 잊고 지내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죄스러웠습니다.

그때 나무의 가지 끝에서 물오른 새싹들이 햇빛에 반짝 거렸습니다.
마치 아버지의 대답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산소를 찾은 날도 바로 그날 이었습니다.

 

전영임 시인

 

26회 신라문학대상(수필), 2015 월간문학 수필등단, 2019 월간문학 시조등단, 2021년 개인 시화전 개최, 202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영주시낭송회 회원, 경북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조집 (나무가 그리는 그림 출간)

김미경 프리랜서기자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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