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도문
배주열
하늘과 땅에 수두룩한 하나님
부디
저희가, 저희 혼자 피난치 않게 하시고
저들의 나라처럼 고기와 술로 배 터지게 하지 마시고
영영 반쪽으로 허기지게 하소서
아멘
- 배주열 시집 <나도 매춘부다>에서 -

詩作노트
사람이 산다는 것이 늘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음이 역설적이게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리운 사람이 늘 가까이 있고 구하고저 하는 것이 늘 손닿는 데 있다면 노래도, 詩도, 꽃다발을 들고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저리도록 그립지 못하겠지요.
오래전 강은교 시인의 "시인은 적당히 가난할 때 더 시인일 수 있다"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이 굳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정직하지 않는 부귀라면 차라리 부끄러울 일 없는 조금은 쓸쓸한 가난은 감당하실만하지 않을는지요.
세상은 어리석은 것들이 바꾸고 끌고 갑니다. 영악한 자들은 제 몫의 셈에만 바쁘지요. 제 몫의 셈을 잃어버린 쓸쓸한 한 바보들의 행복한 가난을 거두는 저문 날과 어두운 골목 어귀, 검정 비닐봉지에 이천 원어치의 순대와 한 병의 소주를 담고 저들에게 저의 가난했던 오늘 하루를 위로 받습니다.
평생 세상의 높은 자리에 호명 받은 일이 없음으로 그대에게 한 줄의 이력도 전하지 못합니다. 그저 콩 심어 콩을 거두는 산중 돌밭에 엎드린 농투사니 하나 이 가을도 콩을 거둘 준비를 할 뿐. 부족한 詩이지만 잠시 그대 쉬어가며 한 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오늘 거친 비바람 속에 입술 터진 야국이 피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저처럼 세상에 오래 피는 꽃씨 하나를 피우고 싶은....
- 평은산중에서-
시인 배주열은 경북 의성출생으로 2016년 《문학청춘》으로 등단했다. 그의 첫 시집으로『나도 매춘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