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때로 소소한 일상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1998년, 자가용 한 대 없던 서른세 살의 최연소 경북도의원은 영주에서 대구 산격동 도청까지 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지만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쳤다. 절망적인 순간, 그는 지나가던 소분뇨 차를 세웠다. 분뇨 냄새가 진동하는 조수석에 몸을 싣고 도청 정문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들은 냄새나는 트럭에서 내리는 젊은 의원을 보며 경악했다. 하지만 그 청년에게는 냄새보다 ‘도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사에서 ‘최연소’와 ‘최다선(5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박성만 경상북도의회 의장은 10번의 선거를 치르며 수많은 ‘사법적 리스크’와 정치적 테러에 가까운 시련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불법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당당함으로 버텨왔다.
박 의장의 좌우명은 ‘천생아재 필유용(天生我才 必有用)’, 즉 “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보냈을 때는 분명히 쓰일 곳이 있다”는 믿음이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경상북도는 인구 소멸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무거운 과제 앞에 서있다. 본지는 박성만 의장을 만나 영주의 선비정신 속에서 키워온 정치적 뿌리와, 경북의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한 ‘2026 대전환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의장님은 영주가 낳은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영주에서의 어린 시절과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 그리고 30년 의정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들려주십시오.
A. 영주는 저에게 단순한 고향 그 이상입니다. 제 영혼의 안식처이자, 정치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민본(民本)’의 가치가 시작된 곳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이미 “세상을 유익하게 만드는 인간이 되겠다”는 결심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배우면서 사회 변혁과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서 정치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다면, 역시 앞서 언급한 ‘소똥차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영주에 살면서 자차 없이 당시 대구 산격동에 있던 도청까지 버스로 출퇴근하던 시절, 인분 트럭을 얻어 타고 도청에 들어섰던 그 순간의 절박함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10번의 선거를 치르며 겪은 수많은 고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항상 실체 없는 고발과 조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검찰과 법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검은 돈’이나 ‘유착’이라는 걸림돌에 걸려 넘어진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를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지혜’라고 부릅니다. 낙선했을 때는 제 안의 걸림돌을 확인했고, 당선됐을 때는 도민과 가족들이 제게 디딤돌이 되어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도민들의 삶에 놓인 장애물을 치우고, 그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드려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Q. 의장님 취임 이후 ‘소통과 상생’을 강조하셨습니다. 지난 한 해 경북도의회가 거둔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입니까?
A. 2025년은 경북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린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라는 대업을 준비하고 완수한 해였습니다. 도의회는 유치 단계부터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전국 최초로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전폭적인 예산 지원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는 경주만의 행사가 아닌 경북 22개 시군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60명의 의원이 하나로 뭉친 결과입니다.
또한 민생 위기 앞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했습니다. 북부권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즉시 ‘원 포인트 추경’을 실시해 긴급 지원 예산 1,000억 원을 포함한 총 2,229억 원의 예산을 의결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도의회 역사상 최초로 ‘대변인 제도’를 도입하여 도민과의 소통 창구를 공식화했습니다. 단순히 지적하는 의회에서 벗어나 정책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의회’로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냈다고 자부합니다.
Q 2026년은 지방자치 민선 8기의 결실을 맺어야 하는 해입니다. 올해 의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인 ‘기회·가치·안정’은 도민의 삶에 어떻게 투영될까요?
A. 2026년 경북도의회는 ‘계획’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인 12조 7,356억 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습니다. 첫째, ‘기회’는 청년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신음하는 민생 현장에 예산이 즉각 투입되도록 촘촘한 심의를 진행할 것입니다. 둘째, ‘가치’는 경북의 정체성을 세계화하는 것입니다. 포스트 APEC 사업을 통해 경주의 문화유산과 지역의 첨단 산업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습니다. 셋째, ‘안정’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입니다. 산불과 풍수해 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도민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겠습니다.
Q. 의장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 분권’이란 무엇입니까?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경북만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A. 지방 분권의 종착역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것”입니다. 중앙정부가 서울의 잣대로 지방의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지방정부가 지역 현실에 맞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역 거점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북도의회는 ‘강력한 자치 입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 시군의 특색에 맞는 경제 모델을 스스로 설계하고,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Q. 경상북도의 인구 소멸 위기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2026년 확보된 1,518억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입니까?
A. 과거의 방식으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건물만 짓는 ‘시설 중심’에서 ‘사람과 프로그램 중심’으로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우선,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인 ‘주거비’와 ‘육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사업에 예산을 집중 배분할 것입니다. 영양군의 ‘청년농업성장플랫폼’이나 상주시의 ‘주민주도형 리빙랩’처럼 실질적인 정주 인구를 늘리는 성공 모델을 경북 전역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또한 국립 의과대학 신설과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통해 의료 인프라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아파서 고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Q. 의장님의 지역구인 영주는 현재 첨단 베어링 국가산단과 방위산업 유치로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경북 북부권 전체의 동력으로 연결하시겠습니까?
A. 영주는 이제 ‘대한민국 첨단 제조 산업의 전초기지’입니다. 2,964억 원이 투입되는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단은 2026년 사전 분양을 통해 많은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여기에 2,200억 원 규모의 방위산업 공장 유치는 영주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지역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영주만의 발전을 원치 않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상리공생(常利共生)’입니다. 예천의 양궁, 안동의 유교 문화, 봉화의 산림 인프라와 영주의 베어링·방산 클러스터를 하나로 묶는 ‘북부권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는 안동-영주-예천-봉화를 잇는 ‘통합 투어 패스’를 도입해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닌 ‘일주일 살기’가 가능한 체류형 관광 벨트를 완성할 것입니다.
Q.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셨습니다. 의장님이 생각하시는 올바른 통합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A. 행정통합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시도민의 동의 없는 ‘속도전’은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왜 2026년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두 단체장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계산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대구시가 경북 북부권을, 경북도지사가 대구 구청장들을 만나는 ‘크로스 설명회’를 통해 진심 어린 소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경북도의회는 ‘행정통합 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해 특별법의 세부 독소 조항을 현미경 검증하고, 시도민이 주인이 되는 통합 모델이 나올 때까지 철저히 견제하고 감시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260만 경북도민과 고향 영주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영주시민 여러분. 정치는 이름을 남기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뜻을 남기는 과정입니다. 저는 냄새나는 소똥차를 타고 도청에 들어섰던 그 청년의 간절함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도의회는 도민의 성원이라는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입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응원과 비판의 목소리를 방향타 삼아, 오직 도민만을 바라보며 헌신하겠습니다. 2026년 병오년,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뛰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문이 없으면 문을 낸다.”
박성만 의장의 30년 정치는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수많은 ‘걸림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딛고 올라서는 ‘디딤돌’로 승화시켰다. 그가 영주에서 품었던 소박한 ‘민본’의 꿈은 이제 경북 22개 시군을 하나로 묶는 ‘상리공생’의 거대한 철학으로 자라났다.
2026년, 박성만 의장이 이끄는 경상북도의회는 단순한 견제 기관을 넘어 경북의 미래를 설계하는 ‘브레인’이자 도민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것을 약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