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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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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울진 지관서가에서의 '숨과 쉼'...2025송년 북캠프 다녀오다

시간의 경계에서 마주한 정지의 미학

기사입력 2026-01-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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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인 1230일과 31, 경상북도 울진의 깊은 산세에 자리 잡은 금강송 숲은 세속의 어지러움을 잠재우는 성찰과 명상의 성소가 되었다.

 

이곳에서 개최된 '숨과 쉼' 2025년 송년 북캠프는 오롯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책의 숨결에 맞춰 고요히 호흡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멈추어 나를 바라본다'는 지관(止觀)의 의미처럼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히고 가만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을 나누는 지관서가의 북캠프였다.

 

지관서가...잠든 공간을 깨워 인문학의 생태를 만든다

지관서가는 재단법인 지관이 기획하고 SK가 재원을 제공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유휴 공공 공간을 내놓아 탄생한 복합 인문·문화 공간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순한 물질적 기부를 넘어 시민들의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차원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 울산대공원점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관서가는 각 지점마다 고유한 '인생 테마'를 설정하여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관서가의 심볼마크는 '()'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수직과 수평, 그리고 여백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실제 서가 공간에도 투영되어, 책을 읽는 행위가 단절된 몰입이 아닌 주변의 풍경,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을 유도한다.


 

전국의 지관서가(https://jigwanseoga.org/) 소개

지점명

주소(위치)

주요 테마

울산대공원점

울산광역시 남구 대공원로 94

관계

(Relationship)

장생포점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110

(Work)

선암호수공원점

울산광역시 남구 선암호수길 150

나이듦

(Aging)

UNIST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길 50

명상

(Meditation)

울산시립미술관점

울산광역시 중구 미술관길 72

아름다움

(Beauty)

괴테마을점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가정긴골길

255-42

극복

(Overcoming)

박상진호수공원점

울산광역시 북구 저수지길

158-31

영감

(Inspiration)

안동점

경상북도 안동시 서동문로 203

몸과 마음

(Body and Mind)

울진 금강송숲점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십이령로

530

숨과 쉼

(Breathe; Rest)

수원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

381번길 2

행복

(Happiness)

평택 달보드레센터점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순환로186번길 47

사랑

(Loving Kindness )

 

울진 금강송숲 지관서가... '숨과 쉼'의 장소

이번 북캠프의 무대가 된 울진 금강송숲 지관서가는 지관의 철학이 가장 적절하게 구현된 장소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금강송 군락지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의 인생 테마는 '숨과 쉼'이었다.

 

경쟁과 효율이 지배하는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 태고의 숲이 건네는 호흡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마음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와 달리 굽지 않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으며, 나이테가 조밀하여 뒤틀림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의 귀중한 재산으로 관리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이 신비로운 숲은, 이제 지관서가를 통해 현대인의 무너진 정신을 재건하는 인문학적 기반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캠프는 '한 해를 보내며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며 책을 읽는 시간'을 목표로 구성되었다.

 

첫날은 허문명 기자의 강연과 안내로 시작되었다. 허 기자는 '한 해를 잘 살아온 나와 서로를 응원하는 글쓰기'를 제안하며, 거창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매일 반복되는 업무의 무게나 소소했지만 빛났던 순간들을 기록할 것을 권했다.


 

그녀의 강연은 기자라는 직업적 배경에서 우러나온 '진실'에 대한 탐구로 가득했다. 상대의 눈빛에서 진실성을 읽어내야 했던 고뇌와 그동안의 직장 생활을 반추하며 느꼈던 회한이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단지 모를 뿐"이라는 화두는 모든 것을 규정하려는 현대인의 욕망에 경종을 울렸으며, 인간은 그저 서로의 사정을 껴안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었다.

 

마흔 개의 우주가 만나는 시간, 공감에서 따뜻한 위안으로

이번 북캠프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40여 명의 참가자가 지난 1년을 소개하는 네트워킹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올 한 해 나를 붙잡고 있었던 생각들과 잠시 숨이 놓였던 순간들을 공유했다.

 

그곳에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시니어부터 소진된 청년까지 다양한 삶의 궤적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으면 다른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등을 두드려주는 '공감의 연대'였다.

 

금강송 군락지의 겨울 아침에 태고의 숨결을 호흡하다

둘째 날 아침, 캠프의 백미인 금강송 군락지 산책이 시작되었다.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숲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시린 공기를 헤치고 달려오는 겨울 햇살은 붉은 기둥처럼 서 있는 금강송 사이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와 맑은 계곡의 물소리는 인위적인 소음에 마비되었던 청각을 깨웠다. 숲 전체를 감싸는 짙은 솔향은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몸과 마음을 정화했다.



 

 

2026년 병오년붉은 말의 기상으로 도약하기

임정혁 큐레이터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미술사 속에 나타난 말의 상징성을 강연했다.

 

신라 천마도의 영성부터 나폴레옹의 명마 마렝고에 이르기까지,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야망과 이상을 실어 나르는 매개체였다.

 

임 큐레이터는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 못지않게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사랑하는 '베짱이'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대임을 역설했다.

 

강연은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며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내년의 나에게 전하는 한 문장을 적으며 각자의 삶의 고삐를 단단히 부여잡는 시간을 가졌다.

 

숲이 건넨 위로, 다시 시작할 용기

 40여 명의 참가자는 금강송 숲의 침묵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했고,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고립된 섬이 아닌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았다.

 

지관서가는 우리에게 말하는 듯 했다. "멈춰 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2025년을 마무리하며 울진의 숲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걸어갈 수 있다'는 위안이었다.

 

겨울 바다 산책을 끝으로 캠프는 종료되었으나, 참가자들의 마음속에는 금강송의 짙은 향기와 따뜻한 눈빛이 오래도록 머물 것입니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우리는 이제 각자의 속도로, 그러나 분명한 방향을 향해 다시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

 

김소영 기자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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