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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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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원칙과 공정에 청년들이 분노한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지켜야 할 선관위가 자신들의 안위만 지켰다!

기사입력 2026-06-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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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가치이며, 한 사람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는 어떠한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등가성을 지닌다.

 

그러나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는 국가 선거 행정의 공신력을 바닥으로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절차적 공정성'을 무참히 깨뜨렸다.

 

헌법이 보장한 주권자의 신성한 투표권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가장 기본적인 투표용지조차 준비하지 못해 유권자를 기다리게 하거나 발길 돌리게 만드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한 2030 청년 세대는 단순한 냉소를 넘어 잠실 개표소를 봉쇄하는 직접 행동에 나섰고,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일제히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는 독립성이라는 성역 뒤에 감춰진 채 썩어 들어간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와 특권 카르텔이 어떻게 청년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공정'의 가치를 유린했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민낯이기 때문이다.

 

"참정권은 행정 서비스가 아니다" - 2030이 분노하는 '절차적 공정성'의 파산

오늘날 대한민국의 2030 청년 세대는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와 무한 경쟁 속에서 '기회의 평등''절차의 투명성'을 생존을 위한 절대적 가치로 내면화하며 자랐다. 이들에게 선거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가 완벽히 동등한 규칙 하에 한 표씩을 행사하는 가장 성스럽고 완벽한 공정의 장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저지른 무능은 이 최소한의 공정성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무책임한 추측만으로, 중앙선관위 공식 의결 회의조차 패스한 채 사무총장 전결로 투표용지 인쇄 하한 기준을 유권자 수의 50% 수준으로 깎아내렸다. 이런 무책임한 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었다.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7,194매의 투표용지가 고갈되어 본투표가 한 시간 넘게 중단되었고, 송파구 잠실4동 제7투표소에서는 무려 436장의 용지가 부족해 유권자 4명 중 1명이 기약 없는 대기 행렬에 갇혀야 했다.

 

공학적 시스템 설계의 관점에서 볼 때, 사소한 오차 하나가 전체의 신뢰도를 파괴하는 법이다. 투표소에 들어서고도 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린 청년들에게 이는 단순한 물량 계산 실수가 아닌, 국가에 의한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참정권 약탈이었다. "참정권은 국가의 준비 여하에 따라 베풀거나 미룰 수 있는 행정 서비스가 아니다"라는 대학생들의 외침은, 공정의 룰을 망가뜨린 국가 관료 조직에 대한 뼈아픈 일침이다.

 

"가족회사로 전락한 성역" - 청년의 박탈감을 자극한 선관위의 특권 카르텔

청년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선관위 조직 내부에 오랜 세월 고착화된 부패와 내로남불식 도덕적 해이다. 청년들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턱에서 스펙 한 줄을 쌓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고분고투하는 상황에서 공정의 대명사여야 할 선관위의 수뇌부들은 조직을 그들만의 '가족회사'로 경영하며 공정하게 주어져야할 기회를 박탈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경력 채용 실태는 기가 막히는 수준이었다. 아빠의 지위를 이용해 맞춤형 경력직 채용 제도를 은밀히 설계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단독 채용 면접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하는 파렴치한 편법이 횡행했다. 더욱이 선관위는 이러한 부정 채용에 대한 정당한 감사원의 감사 요구에 직면하자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흔들며 헌법재판소로 달려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법적 저항을 펼쳤다.

 

독립성은 국민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지키고 관리하기 위해 준엄하게 부여된 무기이지, 내부의 무능과 채용 비리를 덮기 위한 초법적 면책특권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대형 선거가 치러지는 해마다 선관위 소속 정예 직원들의 휴직률이 이상하리만큼 급증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감소하는 고질적 무임승차 복무 행태까지 폭로되면서 청년들의 신뢰는 완전히 파탄 났다. 선관위의 '소쿠리 투표' 사태에 이어 '용지 부족'이라는 원시적 행정 실패를 반복하는 현실 앞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자부심과 후진국형 행정 참사가 공존하는 현실

현재 2030 세대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도약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정보통신기술) 문화 인프라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자라난 세대이다. BTS를 위시한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과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은 청년들에게 '우리는 당당한 선진국 시민'이라는 강력한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선진 자긍심을 내면화한 세대에게, 선거 당일 투표소 골목에서 종이 용지가 모자라 100분 동안 하염없이 대기해야 하고, 부산 북구에서는 용지가 부족하자 선관위 직원도 없이 일반 공무원에게 "옆 학교 투표소에 가서 용지 50장만 얻어오라"고 법적 권한조차 없는 하청식 이송을 지시하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기괴한 후진국형 참사였다.

 

비정파적 시민 저항과 대학가의 시국선언

이번 사태에 반응하는 2030 세대의 저항은 과거 기성세대의 정치 투쟁이나 진영 논리에 갇힌 집회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송파구 개표소) 앞을 장악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성조기 등 타국 국기를 금지하고 태극기만 흔들 것", "참정권 침해 외에 어떠한 정파적 구호도 배제할 것"이라는 정교한 시위 행동 지침을 배포했다. 경찰 기동대 교대 시 박수를 보내고 현장에 스스로 대형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이들의 질서 정연한 모습은 헌법 가치를 훼손한 선관위 관료들의 야만적 행정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성숙한 시민 저항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대학가에 휘몰아친 공동 시국선언문들은 역사적 민주 투쟁과의 굳건한 결속을 보여준다. 6·10 민주항쟁 39주년을 기해 전국 대학가에 나붙은 대자보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1987년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가 목숨과 바꾼 직선제 참정권의 위대한 역사를, 선관위의 게으름과 특권 의식으로 훼손시킬 수 없다는 선언이자 준엄한 경고다.

 

공정이 보장되지 않는 민주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참사는 단순히 종이 수량을 잘못 계산한 행정 과실이 아니라, 감사와 외부 통제를 완벽히 거부한 채 스스로 성역의 단맛에 취해 있던 헌법기관의 내부 붕괴가 일으킨 참극이다.

 

청년들이 참정권을 침해한 국가를 향해 광장에서 몸을 던지고 시국을 선언하는 까닭은, 그들이 상상하고 지켜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코 이런 불투명하고 썩은 카르텔의 지배 아래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2030의 매서운 외침을 깊이 경청해야 한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명문화하고, 비상임 중심의 수뇌부를 전원 상임 책임 제도로 대수술하며, 청년과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선거 검증 거버넌스를 즉각 구축하는 등 해체 후 다시 재구성 하는 수준의 개혁 단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헌법이 선포한 주권재민의 원칙이 진정으로 이 나라에 바로 세워지길 기대해본다.

글쓴이 김 창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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