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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토리] 소백산 자락에서 빚어낸 전통 발효의 예술, 김명희 전통장류발효 명인을 만나다

세상을 치유하는 따뜻한 봉사 정신까지

기사입력 2026-07-3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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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맥의 맑은 공기와 일교차가 만들어낸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묵묵히 한국 전통 발효의 맥을 잇고 현대화에 앞장서는 장인이 있다. 바로 지난 20263대한민국장류발효대전에서 간장 부문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하고, 동년 7월 대한민국 전통장류발효 명인(2026-명인-0025)으로 지정된 김명희 명인이다.

 

명인이 가꾸어 가는 개인 발효 공방을 찾아, 명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와 독창적인 발효 철학을 들어보았다.

 

김명희 명인이 처음부터 장류 사업의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명인은 지난 201525,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소백산 자락인 풍기 수철리에 정착했다. 그러나 정착 이듬해인 201673,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게 되었다. 3년 동안 병원을 드나들며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는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소백산 대미골에 꿈꾸었던 3,280평 규모의 대형 농사 계획도 다리 부상으로 인해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지요. 내 손으로 먹을 농작물이라도 소박하게 길러보자고 작은 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명인은 옥수수, 고추, 상추, 작두콩 등을 정성껏 키워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 이사한 터전이 고속도로 인근이어서 무심코 가을에 말려둔 시래기와 감말랭이에서 미세먼지와 모래가 씹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항아리 뚜껑을 열어두고 바람에 장을 익히는 재래식 전통 방법으로는 미세먼지 시대에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어렵겠다는 뼈아픈 깨달음이었다.

 

"고속도로 미세먼지를 보며, 전통 재래장의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을 고집하되 현대의 환경에 맞춰 가장 위생적이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현대식 퓨전 장'을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였지요."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면 끝장을 보아야 하는 명인은 다리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 충무로로 올라가 전통 발효 기법을 체계적으로 수학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구축해 나갔다.


 

김명희 명인의 전통장류 공정은 철저한 위생과 영양 과학에 기반을 둔다. 명인은 유기농과 무농약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기교를 부리지 않고 흙과 바람 속에서 자란 건강한 지역 농산물만을 고집한다.


 

명인의 가장 큰 자부심은 2026 대한민국장류발효대전에서 대상을 안겨준 '씨간장'이다. 명인의 씨간장은 새로 담근 간장을 정성껏 다린 후, 오랜 세월 묵혀둔 기존의 씨간장에 섞는 '덧장(복장)' 기법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씨간장 속에 살아 숨 쉬는 유익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고 맛의 균일성을 확보한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명인의 씨간장은 현재 서울 북한산 명품관에 당당히 입점해 있으며, 청주시와의 협의를 마치고 다가오는 9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초정리 세종대왕 행궁 내 씨간장 박물관'으로 정식 이전 및 전시될 예정이다.

 

명인의 정성은 차() 한 잔에도 깃들어 있다. 명인은 깊고 오랜 '정통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여주의 경우 그냥 볶거나 우려내면 씁쓸하고 떫은맛이 강하지만, 명인의 정통 발효를 거치면 쓴맛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구수함만 남는다.

 

특히 명인은 "전통 정통 발효를 거친 차는 일반 볶은 차에 비해 몸에 흡수되는 율이 무려 40배에 달한다"고 발효 과학의 원리를 강조한다. 실제로 비염으로 고생하던 명인의 손주들이 명인이 빚어낸 60°C 온도의 따뜻한 작두콩 발효차를 수시로 마신 뒤로는 겨울철 콧물 증세가 거의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를 보기도 했다.



 

풍기읍에 위치한 명인의 발효 공방과 주말 보리네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명품 장류와 발효차는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밭마늘 된장 (최고 인기 상품): 명인이 가곡면 인근에서 공수한 질 좋은 밭마늘을 듬뿍 갈아 전통 된장과 황금 비율로 혼합한 쌈장 겸용 된장이다. 장을 끓였을 때 마늘의 구수한 향이 배어 나오며, 짜지 않고 입에 감기는 깊은 감칠맛을 내어 많은 이들의 식탁에서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고추장: 영주 지역의 명품 로 직접 만든 사과 조청을 베이스로 하고, 콩알메주와 쌀누룩 발효를 100% 결합하여 상큼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구현해 낸 웰빙 고추장이다.
  • 고추장: 몸에 좋은 를 풍부하게 섞어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약선 고추장으로, 특히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비빔밥용 소스로 매니아층이 두텁다.
  • 발효차 라인업: 기관지와 비염에 탁월한 작두콩차, 미니작두콩차를 비롯해 우엉 발효차, 돼지감자차, 여주 발효차, 무 발효차 등이 있다.
  • 된장 (출시 예정): 올가을 수삼을 직접 말리고 발효시켜 끓여낸 추출물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시배지인 풍기 고유의 영양을 가득 담은 '명품 된장'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명희 명인은 바쁜 와중에도 평생을 따뜻한 헌신과 봉사를 실천해왔다. 명인은 과거 가락시장에서 식당 장봐주기 도매업을 하던 시절, 밤낮없이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주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IMF)의 한파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방임되는 현장을 목도했다. 부모들이 직장을 찾아 떠나고 굶주림에 지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아들의 중학교 친구들을 보며 명인은 마음이 미어졌다.

 

"그때부터 저희 집 거실에 10인용 전기밥솥 두 개를 갖다 놓았습니다. 갈 곳 없고 굶주린 아이들을 불러 모으니 어느새 하루에 30~4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대로 와서 따뜻한 밥을 먹고 가더군요."

 

명인은 단순한 급식 제공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립심을 길러주었다. 먼저 와서 먹은 아이가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 밥통을 비운 아이가 다음 아이들을 위해 쌀을 안쳐놓게 하는 규칙을 세웠다. 불필요한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다소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자연 그대로의 정성이 깃든 명인의 한식 밥상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당시 명인의 품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자란 소외된 청소년들은 오늘날 어엿한 43세의 어른이자 사회의 일원으로 훌륭히 성장했다. 유명 갈비집 사장, 제주 흑돼지 전문점 대표, 독창적인 떡볶이 소스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요리사 등 많은 이들이 미식 산업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명인을 "엄마", "언니"라 부르며 고향처럼 따뜻하게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에야 '엄마 음식이 진짜 몸에 좋은 진짜배기였다'며 고마워합니다. 조미료 없이 키운 덕에 소화력이 좋아 다들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명인은 소백산 아래 청정자연이라는 천혜의 환경에서 전통 발효법을 학술적인 영역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자신의 공방(명인이 친근하게 부르는 '놀이터')을 계약하여 누구나 편하게 전통 발효를 배우고 접할 수 있도록 가꾸어 가고 있다. 공방에서는 지역민과 외부 방문객들을 위해 소규모 발효 체험 수업도 직접 진행하며, 전통 발효 문화의 즐거움과 영양학적 가치를 대중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명희 명인이 빚어내는 전통 장류와 발효차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끈기, 그리고 위생적인 과학 공정이 어우러진 현대 발효 미학의 정수이다. 그러나 명인이 진정한 우리 시대의 '장인'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비단 대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때문만이 아니다.

 

젊은 시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도 40여 명의 굶주린 청소년들을 따뜻한 밥상으로 보듬어 안았던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지금 명인의 깊고 정갈한 장맛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영주 풍기의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피어난 김명희 명인의 발효 철학이, 앞으로도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과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유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더영주 김소영 기자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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