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9-20 16:05

  • 라이프 > 영터뷰

[링크人영주] 1928년 영주탁주양조장의 맥을 이은 ‘(주)더남산’ 성대용·이소현 대표...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하다

2026 샌프란시스코 주류 품평회(SFWSC)서 은메달, 동메달 수상

기사입력 2026-08-30 18:28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술은 결코 시간을 속이지 않습니다. 상압 증류의 깊은 숨결을 받아내어 세월 속에 묵히는 일, 그리고 영주의 흙과 바람이 키워낸 사과와 인삼을 술 한 방울에 오롯이 담아내는 일. 그것이 100년을 건너온 영주의 양조 역사를 다음 300년의 미래로 건네는 우리의 약속입니다.”

 

1928년에 문을 열어 영주 사람들의 고단한 땀방울과 기쁜 웃음을 한 잔 막걸리를 책임지던 영주탁주양조장이 있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영주의 목마름을 달래주던 그 유서 깊은 양조장이 시대의 풍파 속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운명처럼 그 불씨를 품어 안은 이들이 있다.


 

영주탁주양조장 성대용 대표/(주)더남산 이소현 대표


단양 양조 가문의 내공과 장인정신을 품은 성대용 대표, 그리고 섬세하고 감각적인 기획과 경영으로 양조장에 세련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소현 대표다. 두 사람은 사라질 뻔했던 영주 전통 양조의 맥을 잇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프리미엄 K-스피릿 브랜드 ‘()더남산을 출범시키며, 영주의 맑은 물과 청정한 자연속에서 자란 곡물로 빚은 술을 세상 앞에 당당히 선보여 ‘2026 샌프란시스코 주류 품평회(SFWSC)’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복 치마폭의 우아한 곡선과 소백산 능선을 닮은 술병 속에 세월의 미학을 담아내는 두 사람을 만나, 술과 사람, 그리고 영주의 미래에 대한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Q. 1928년 시작된 영주탁주양조장이 폐업 위기에 처했을 때 인수를 결심하셨습니다. 단양 양조 가문 출신으로서 그 무거운 결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A. (성대용 대표) 단양에서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양조에 매진하고 있던 중, 백 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영주탁주양조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은 양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아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역사적인 유산을 인수해 내 모든 기술과 철학을 쏟아부어 제대로 키워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주소백주(영주탁주양조장)




단순히 간판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주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맛을 되찾고 나아가 대구, 부산, 전국, 그리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영주의 대표 명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최근에는 효율성이 높고 가벼운 감압 증류가 대세인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 상압 증류방식을 고집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기술적 신념이 있으신가요?

A. (성대용 대표) 감압 증류는 기압을 낮춰 50~60도에서 끓여 단순하고 깔끔한 맛을 빠르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채택한 상압 증류 방식은 원주가 끓는 전 과정의 다채로운 향기 성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갓 내렸을 때는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항아리와 오크통 속에서 긴 시간 숙성을 거치면 마법처럼 꽃향과 구수한 곡물 향, 중후한 견과류의 풍미가 피어납니다. ‘술은 시간을 속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진정한 증류주는 긴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완성됩니다. 조금 늦더라도 그 본질적인 깊이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인삼품은 막걸리(영주탁주양조장)


Q. 더남산의 명주를 가장 풍성하고 우아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A. (성대용 대표) 좋은 증류주는 얼음에 희석하는 언더락보다는 와인잔이나 테이스팅 글라스에 온전히 따르는 것을 권합니다. 온도가 너무 차가워지면 술이 품고 있는 본연의 향이 닫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잔에 따른 뒤 미온수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리거나 잔을 가볍게 굴려 에어링을 해주면, 갇혀 있던 꽃향과 곡물 향이 폭발하듯 피어오릅니다.

 

50도 오크 숙성 원액, 40도 정통 증류주 남산소주_ (주)더남산


코로 향을 먼저 그윽하게 음미하고, 소량을 입에 머금어 혀 전체로 질감을 음미한 뒤 천천히 넘기면 긴 여운이 가슴까지 따뜻하게 감쌉니다. 술은 기분을 풀기 위해 털어 넣는 것이 아니라, 향과 맛을 온전히 누리며 행복한 순간을 음미하는 예술인 것입니다.

 

Q. 40도 정통 증류주 남산소주부터 50도 오크 숙성 원액, 25남산인(인삼소주)’, 생막걸리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이 다채롭습니다. 타깃별 풍미 설계의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A. (성대용 대표) 영주 쌀과 직접 띄운 누룩으로 빚은 40남산소주는 정통 증류주의 묵직함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동시에 구현해 애호가들을 매료시킵니다. 50도 오크 숙성주는 프리미엄 위스키 못지않은 깊은 바닐라 향과 우디함을 완성하기 위해 지하 숙성고에서 긴 시간 담금질 중입니다.
 

남산인(인삼소주)_(주)더남산


반면 영주 풍기인삼으로 빚은 남산인은 고도주의 부담을 덜고 인삼 특유의 사포닌 향을 가장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25도로 정밀하게 도수를 맞췄습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술부터 깊은 사유를 부르는 프리미엄 술까지, 고객의 스펙트럼을 넓게 품고자 했습니다.

 

Q. 세계적 권위의 ‘2026 샌프란시스코 주류 품평회(SFWSC)’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하셨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A. (성대용 대표) 우리가 빚은 술이 세계무대의 까다로운 전문가와 애호가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엄격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 남산소주가 은메달을, ‘남산소주 오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값진 평가를 발판 삼아 오는 11월 일본 식품박람회 참가를 시작으로 베트남,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 걸음씩 정직하게 나아가, 영주의 이름이 새겨진 술을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Q. 직접 사과 묘목을 심으시고, 영주 사과와 고구마를 활용한 로컬 상생 주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십니다. 어떤 가치를 담고 있나요?

A. (성대용 대표) 영주에 정착한 후 지역 농업 생태계를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영주 사과는 전국 최고지만, 증류주에 최적화된 산도 높은 품종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신맛이 도는 양조용 사과 묘목을 심어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직접 재배한 양조용 사과에, 가격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의 부사 등 일반 사과를 수매해 블렌딩하는 상생형 사과 소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영주 고구마로 빚는 고구마 소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주의 땅과 농민의 땀이 빚어낸 결실이 가장 품격 있는 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한복 치마폭과 소백산 능선을 닮은 술병 디자인이 독보적입니다. ‘The 남산의 디자인과 브랜딩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이소현 대표) 기존의 투박한 원통형 병에서 벗어나 한국 고유의 곡선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한국 전통 한복 치마의 우아한 선과 소백산 자락의 부드러운 능선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습니다. 1928년 남산양조장의 유서 깊은 헤리티지에 정관사 ‘The’를 더해, 영주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독보적인 프리미엄 양조장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Q. 기술·생산의 성대용 대표님과 경영·기획의 이소현 대표님, 부부 경영인으로서 발휘되는 시너지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A. (이소현 대표) 양조에 관한 깊은 내공과 뚝심을 가진 성 대표님이 내 입에 완벽해야 남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최고의 술을 만들면, 저는 법인 경영, 디자인, 대외 마케팅, 인허가를 전담하여 세상에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함께 발효 상태를 점검하고 1년 반 동안 수많은 레시피 수정을 거치며 일정한 품질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서로의 전문성을 깊이 신뢰하고 존중하기에, 험난한 양조의 여정도 흔들림 없이 웃으며 동행할 수 있습니다.

 

Q. 남산선비마을과의 협약 및 체류형 관광·체험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나요?

A. (성대용·이소현 대표) 영주를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물며 치유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절별 제철 농산물로 나만의 막걸리를 빚고, 영주 국화꽃을 65도 원액에 침출해 100일 뒤 마시는 황금빛 국화주 만들기를 체험합니다.

 

특히 특수 제작한 소형 증류기로 원주가 끓어 맑은 알코올 방울로 맺히는 과정을 직접 보고 맛보는 증류 체험은 더남산만의 독보적인 자랑입니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조선 선비들의 지혜가 담긴 과하주(過夏酒)’ 체험 등 영주의 역사와 풍류를 전하는 다채로운 공간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Q. ()더남산이 향후 100년을 바라보며 영주와 한국 전통주 시장에 남기고 싶은 최종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A. (성대용 대표)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를 찾았을 때 벽면에 1대부터 5대까지 빼곡히 적힌 가문의 족보를 보며 벅찬 전율을 느꼈습니다. 양조는 한 세대에 반짝 끝나선 안 되는 영속의 예술입니다. 지금 오크통에 채워 넣은 술은 20, 30년 뒤 우리 아이들과 다음 세대가 세상에 선보일 시간의 유산입니다. 영주에 깊이 뿌리내려 100, 200, 300년 대를 이어가며 대한민국과 세계 어디서든 영주 하면 더남산의 명주를 떠올리는 양조의 성지(聖地)’를 일구는 것, 그것이 제가 영주에 남기고자 하는 마지막 꿈입니다.

 


영주탁주양조장 성대용 대표/(주)더남산 이소현 대표

 

술 익는 양조장 한편에서 성대용·이소현 대표가 건넨 황금빛 술잔을 마주했다. 화려한 겉치레보다 정직한 땀방울과 묵묵한 기다림으로 빚어낸 술은 혀끝을 넘어 가슴 깊은 곳까지 맑고 따뜻한 울림을 건넸다.

사라질 뻔했던 백 년의 양조 유산을 품에 안고 다음 백 년의 이정표를 세워가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우리는 영주라는 고장이 품은 무궁무진한 힘과 품격을 본다. 소백산의 청명한 바람과 영주의 기름진 땅이 키워낸 곡식이 세월이라는 오크통 속에서 익어가는 동안, 영주라는 이름 또한 세계인의 가슴속에 깊고 그윽하게 각인될 것이다.

더영주 김소영 기자 (iybc365news@naver.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