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치는 언제나 삶의 한가운데에서 시작된다. 밭고랑을 적시는 땀방울과 한밤중 아픈 아이를 업고 내달리던 절박한 부모의 발걸음 속에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영주시의회에 새롭게 입성한 이정석 의원(가선거구·국민의힘)은 바로 그 생활의 무게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해 온 초선의원이다.
그는 순흥에서 나고 자라서 농산물 유통의 최전선에도 부딪혀 보고, 딸 넷을 품에 안고 키우며 지역의 열악한 보육 환경과 싸워야 했던 그는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市政)의 언어로 바꾸어 내고자 한다. 청년 농업인의 지속 가능한 터전과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도시를 향해 담담하지만 단단한 포부를 밝히는 이정석 의원을 본지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농업회사법인 ‘피치업’을 운영해 오셨는데, 어떤 곳인지 소개와 함께 의원님 본인의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영주 순흥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순흥의 대표적인 특산물이 바로 복숭아인데, 법인 명칭인 ‘피치업(Peach Up)’ 역시 복숭아에서 착안해 지었습니다.
농촌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르신들은 날이 밝으면 나가서 온종일 땀 흘려 일하고 해가 지면 귀가하는 고된 일상을 평생 반복하십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껏 수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지, 어떤 경로로 팔려나가는지조차 잘 모른 채 1만 원을 주면 1만 원을 받고, 2만 원을 주면 2만 원을 받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불합리한 유통 과정을 줄여 농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실질 소득을 돌려드리고 싶어 2019년에 세운 유통 법인이 바로 피치업이었습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가격을 더 받으려면 꼼꼼한 선별과 검수, 포장 과정이 필요한데 평생 기존 방식대로 농협이나 공판장에 납품해 오시던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농민분들께 큰 소득을 남겨드리지는 못했지만, 농업 현장과 제도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 치열한 경험이 의정활동에 그대로 녹여보고자 합니다.
Q. 현장에서 일해오시다 의회 진출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어떤 답답함이 마음에 와닿았습니까?
A. 크게 두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저를 이 길로 이끌었습니다.
첫째는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안동에서 살다 셋째를 낳고 고향 영주로 올라왔고 이후 넷째까지 얻어 딸 넷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주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기본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아이가 넷이다 보니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줄줄이 아픈데, 밤중에 아이가 열이 나면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한밤중에 안동까지 차를 몰고 내달려야만 했습니다. 부모로서 겪는 그 불안과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둘째는 농산물 유통 현장에서 겪은 한계였습니다. 복숭아 같은 1차 농산물은 유통업자들은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이윤을 남기지만, 생산 농가는 명확한 거래 데이터조차 남기기 힘들어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나 면세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합니다. ‘나 혼자 열심히 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구나, 정책과 정치가 뒷받침되어야만 내 이웃의 삶과 내 아이들의 환경이 실제로 바뀌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겪은 일상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바꿔보자는 절실한 마음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Q. 영주 농업의 심각한 고령화와 청년농 유입 부족 문제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A. 기존의 농법과 관행에만 머물러 있는 농촌의 닫힌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외부에서 뜻을 품고 들어오려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단순히 자금만 지원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자금이나 저리 융자, 우수한 영농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정착 과정에서 겪는 ‘세대 간의 큰 격차’와 ‘생활 기반의 부재’입니다. 지역 단체에 가보면 40대 중반이 되어도 10년 넘게 단체의 막내로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그 위 선배들과는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외지 청년들이 쉽게 어울리고 융화되기 어렵습니다.
농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청년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저녁 시간에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또래 공동체(4-H 등)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아이를 낳아 마음 편히 돌보고 키울 수 있는 생활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만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Q. 농업법인 경영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 차원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무엇입니까?
A. 농업 정책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시급하게 매달리고 싶은 것은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보육·의료 환경 조성’입니다.
가정이 편안해야 밖에서도 온전히 생업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영주는 한 해 출생아가 약 3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구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육과 의료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근로자 혼자만 내려올 뿐 가족 전체가 영주에 정착하지 않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완전 돌봄 보육 체계’를 확대하고, 한밤중에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 야간 의료 공백을 시 차원에서 촘촘하게 메워야 합니다. 1년에 태어나는 300여 명의 귀한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병원과 돌봄 문제로 가슴 졸이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례와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Q. 4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의회에 입성하셨습니다. 젊은 세대이자 초선의원으로서 기존 의회와 차별화되는 시각은 무엇입니까?
A. 저는 오히려 역할이 아주 분명하다고 봅니다. 선배 의원님들이 60~70대 어르신들의 생활과 지역의 굵직한 현안을 깊이 있게 챙겨주신다면, 저는 실제 영주에서 초·중·고 자녀를 키우며 일하고 있는 30~40대 청장년층의 고충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계하는 것은 그저 혈기만 앞세운 성급함입니다. 젊음의 장점은 편견 없이 더 많이 배우고, 철저하게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해서 발로 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청년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꼼꼼하게 비교하고 연구하여 영주가 뒤처진 간극을 메우겠습니다. ‘젊은 의원이 들어오니 생각의 깊이가 다르고, 삶에 맞닿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구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게 의정활동을 펼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가선거구 주민들과 영주 시민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네 아이를 키우며 밤낮없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훌쩍 자라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그 시간과 정성을 영주시의회에서 시민 여러분의 삶을 돌보는 일에 온전히 쏟아붓고자 합니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우리 아빠 정말 자랑스럽고 멋있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시의원으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의 4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책과 조례에 담아내어 임기를 마칠 때, “젊은 의원이 들어와서 참 열심히 일했고, 지역을 참 살기 좋게 바꿔놓았다”라는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인정과 칭찬을 받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여러분 곁에서 바르게 일하겠습니다.
정치는 거창한 구호에 머물지 않고 한 아이의 밤을 지켜주고, 농부의 수고가 온전한 대가로 돌아오도록 길을 터주는 일이다. 이정석 의원과의 대화 속에서 현장의 땀방울과 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애틋한 시선이 겹쳐 보였다. 청년의 패기와 현장의 치열한 경험을 두루 품은 그가 영주시의회에 불어넣을 신선하고 따뜻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