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군기지에 첫발을 디딘 순간, 바다의 수호신처럼 위용을 드러낸 독도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주에서 나고 자란 이가 이토록 거대한 함정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1만 4천 톤급의 거대한 선체는 철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사명감을 품고 있는 듯 보였다. 그곳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자존심이자 상징인 독도함의 제18대 함장, 윤현우 대령을 만났다.
윤 함장은 지난 1월,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된 독도함의 지휘를 맡으며 함장으로 취임했다. 영주 대영고 출신인 그는, 내륙 도시에서 자란 이로선 쉽지 않았던 바다의 길을 운명처럼 걸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함장의 자리에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선장이 되었다.
3월의 바람이 제법 매서운 날, '영주를 빛내는 출향인'을 취재하기 찾은 부산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거대한 독도함정에서 윤 함장은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안내를 따라 둘러본 함정 내부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설계가 돋보였고 군함이라는 무게감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배어 있었다.
경북 북부 내륙의 영주에서는 해군을 접할 기회가 드물어, 해군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이번 취재가 해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은 윤현우 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는 최초의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함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취임소감 부탁드립니다.
A. 잠시 과거를 돌이켜보면, 저는 2001년 3월 소위로 임관한 후, 최초의 한국형 상륙함인 고준봉함의 통신관으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제53상륙전대(현재 독도함의 상급 부대) 소속 모든 장교를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진중공업이 독도함에 대한 홍보 영상을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 속에는 항공기들이 비행하고 구축함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해군 함대의 중심에서 위용을 뽐내는 독도함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고, 해군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이후 저는 상륙전 과정, 제53상륙전대 연합작전관 및 선임참모, 일출봉함장(LST-II 상륙함)으로 근무하며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꿈에 그리던 영광스러운 자리, 제18대 독도함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지만, 동시에 함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약 300여 명의 독도함 가족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오랜 꿈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는 독도함 가족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더욱 헌신하며 노력하겠습니다.
Q. 독도함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함장님의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독도함은 2007년에 취역한 대형수송함으로,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기함(旗艦) 임무를 수행하는 최초의 지휘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는 약 200m로 축구장의 두 배에 해당하며, 좌우 폭은 약 35m, 높이는 약 50m로 아파트 16층 정도의 규모입니다. 만재 배수량은 약 19,000톤으로, 중형 승용차 13,000대와 비슷한 무게를 자랑합니다.
승조원은 함장을 포함해 약 300여 명이며, 지휘부, 항공요원, 해병대 상륙군까지 포함하며 최대 1,2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독도함의 주요 임무는 해군의 상륙작전과 기동함대의 지휘통제, 입체 상륙작전 수행, 재난 발생 시 구호 지원, 장비 및 물자 수송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합니다. 독도함은 “바다를 제패하여 국가에 보답하라.”는 제해보국(制海保國)의 목표 아래, 국가가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해상에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대한민국 해군의 상징적 함정입니다.
또한, 대형수송함의 함명은 대한민국 영해 수호 의지를 반영하여, 우리 해역의 최외곽에 위치한 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됩니다. 대표적으로 독도함(동쪽), 마라도함(남쪽)이 있으며, 독도함은 대한민국의 동쪽 끝 독도를 함명으로 사용함으로써 영해 수호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독도라는 섬처럼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독도함장은 함정과 승조원의 안전, 복지, 전투 준비 태세 전반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함장은 강력한 지휘 권한을 갖고 있지만, 관련 법령과 해군규정, 상급부대 명령과 지침을 준수하며 그 권한을 책임감 있게 행사해야 합니다.
함정의 특성에 따라 역할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독도함장은 독도함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상급 부대의 명령에 따라 상륙작전과 기동함대 운용 개념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작전과 훈련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평시에는 승조원 관리, 함정 운영 및 유지보수, 항해 시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함정을 지휘하기 위한 전문 지식, 리더십, 신속한 판단력과 결단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직책입니다.
독도함장으로서 저는 함정을 완벽하게 운영하고, 승조원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처음 해군에 입대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히 군인의 길을 걸으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저에게 해군이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운명처럼 정해진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수신 분은 외조부셨습니다.
외조부께서는 해군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하셨고, 이후 갑판상사로 20여 년간 복무하셨습니다. 군 생활을 마친 후에는 고향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품고 영주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국립현충원에 계십니다.
故신영조 해군상사 (윤현우 함장 외조부)
어머니도 해군의 도시인 진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진학 시기에 외조부를 따라 영주로 이사하셨습니다. 이러한 가족 배경 덕분에 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해군과 가까워졌습니다. 외조부의 훈장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혼이 난 적도 있었고, 안방에 걸린 해군 정복을 입은 외조부의 사진을 보며 ‘나도 해군이 되고 싶다.’는 말을 어머니께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외조부께서는 저를 각별히 아껴 주셨습니다. 손주들 중에서도 유독 닮은 저를 무릎에 앉히시고, 해군 시절의 무용담을 들려주시곤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외조부를 따라 해군의 길을 걷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며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걸어온 해군의 길은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영주라는 도시가 대한민국 내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군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해군과 해군의 생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해군은 광복 이후 1945년 11월 11일 창설된 이후,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수많은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국가적 위기에서 조국을 지켜왔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며 대한민국의 바다를 수호해 왔습니다.
창설 당시에는 단 한 척의 전투함도 없었지만, 해군 장병들은 자신의 적은 봉급 일부를 기부하고, 장교 부인들은 삯바느질로 한 푼 두 푼 모아 전투함 한 척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해군은 130여 척의 수상함, 20여 척의 잠수함, 70여 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세계적인 해양강군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바다는 물론, 청해부대를 비롯한 해외 파병 부대가 세계 곳곳에서 평화 유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군 생활은 육상부대, 함정, 항공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개인의 특기와 보직에 따라 근무 형태가 다릅니다. 제가 경험한 함정에서의 생활을 예로 들자면, 함장을 포함한 모든 승조원들이 한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며 바다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함정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전투력입니다. 함장 혼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없으며, 모든 승조원이 24시간 함께하며 상황 발생 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함정 생활은 쉽지 않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함께 훈련하고, 식사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며, 승조원들은 단순한 동료를 넘어 전우가 됩니다. 이렇듯 해군의 단순한 군 조직을 넘어, 국가를 위한 헌신과 팀워크가 빛나는 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고향 영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대령님에게 고향 영주의 의미와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A. 제게 영주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저의 정체성이 형성된 곳이자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영주는 바다와는 멀리 떨어진 소백한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 유학의 중심지이자 선비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학문과 예의를 중시하셨고,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해군에서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는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하면서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이후 해군 생활을 하면서 줄곧 바다를 접하는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내륙에 위치한 고향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영주를 떠올릴 때면 항상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때때로 지하철에서 영주의 지역 상품 광고를 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영주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것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그리움이 밀려오곤 합니다.
기억에 남는 추억을 꼽자면, 영주 대영고등학교 재학시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쉬는 시간마다 짬을 내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여고생들과 미팅도 했던 기억들이 즐거운 학창시절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고향 영주는 늘 제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영주를 사랑하고, 해군의 길을 걸으며 그 가치들을 실현해나가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영주에서 군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저는 지금까지 군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해군은 전쟁을 억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며 우리 바다를 수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출입 물동량의 약 99.7%가 해상을 통해 운송됩니다. 이렇게 중요한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해군은 서해부터 동해, 남해는 물론, 독도에서 이어도까지 우리의 영해를 수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을 드높였고, 지금도 머나먼 해역에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군의 림팩(RIMPAC),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등 국제 연합훈련에 참가하며 세계적인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해군은 대한민국의 바다를 넘어, 세계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대양해군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제게 수많은 기회와 값진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지난 28년간 해군에서 복무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얻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것도 해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에는 순항훈련을 통해 군사 외교 활동에도 참가했고, 미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 군사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처럼 해군은 단순한 군 생활을 넘어,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또한, 국가 역시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보답하고 있습니다. 전역 후 군인연금 혜택이 있고, 군 복지 정책도 점차 향상되고 있어 직업적인 안정성 또한 보장됩니다.
해군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도전과 낭만이 공존하는 바다에서 함께 근무하며 해군의 리더이자 전문가로 성장해 가길 바랍니다. 저처럼 산골마을에서 자란 영주의 소년이 해군으로 성장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고향 후배들이 해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남은 군 생활을 더욱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주에서 부산까지 직접 오셔서 취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24년간 해군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대한민국 해군을 대표하는 함정, 독도함의 함장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외조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꿨던 바다를 향한 길은 이제 운명이 되어 그를 이끌었고, 그는 그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해군은 단순한 군 조직이 아니라, 팀워크와 희생이 빛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함정 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쌓이는 전우애와 공동의 목표를 향한 헌신이야말로 해군의 진정한 가치라고 믿고 있다. 그의 말 속에는 바다를 수호하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에게 고향 영주는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해준 곳이다. 영주에서 자라며 품었던 꿈이 해군의 길로 이어졌고, 이제 그는 후배들에게 같은 길을 걸어볼 것을 권한다. “저처럼 산골마을에서 자란 영주의 소년이 해군으로 성장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해군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해양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해군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해군이 지키는 바다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 그가 독도함의 함장으로서, 해군의 리더로서, 그리고 한 명의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그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한민국 해군이 있는 한, 해군의 상징인 독도함이 있는 한 우리의 바다는 언제나 안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