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없는 내륙의 도시 영주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최정예 상륙함 '독도함'을 지휘하는 리더가 탄생했다. 22일, 영주시 대영고등학교(교장 박원필)는 특별한 선배를 맞이했다. 독도함장 윤현우 대령(대영고 13회 졸업)이 모교를 찾아 '꿈을 향한 항해! 독도함과 함께하는 바다이야기'를 주제로 후배들을 위한 진로 특강을 펼쳤다.
후배들 앞에 군복 차림으로 선 윤현우 함장은 자신을 "영주에서 태어나 동부초, 영광중, 그리고 대영고 13회 졸업생"이라고 소개하며 고향 영주에 대한 애정과 친근함을 보여주었다. 해군사관학교 55기로 임관한 그는, 북한의 핵과 WMD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사령부 근무 및 합동참모본부 근무 등 군의 핵심 요직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 해군의 상징적 함정인 독도함을 지휘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윤 함장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대한민국 해군의 비전, 그리고 군인이라는 직업의 현실적인 조언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살아있는' 진로 교육의 현장이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현재와 미래
윤 함장은 먼저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의 역할과 비전을 소개하는 영상 자료를 상영했다. 1945년 삼군 중 최초로 창설된 해군은, 대한민국 영토의 1.5배에 달하는 33.5만 km²의 해역을 수호하는 핵심 군이다.
강연의 핵심은 해군의 미래였다. 윤 함장은 "미래에는 AI와 유무인 복합전력이 구축될 것"이라며, "무인 항공기가 날아다니고 함정이 이동하는 것을 지휘 통제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이지스 구축함, 대형 상륙함, 그리고 잠수함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나라는 5개국 정도뿐이며,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작년 12월, 자신이 지휘하는 독도함에서 무인기(모하비)를 이함시키는 전투 실험에 성공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해군이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해군사관학교가 전부는 아닙니다"... 다양한 리더의 길
윤 함장은 군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장교가 되는 길이 해군사관학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
그는 ▲학군사관(ROTC) ▲군사학과 진학 ▲해군 부사관 지원 등 다양한 경로를 소개했다. 특히 "학군단 출신으로 장성이 되신 훌륭한 분도 계시다"며, "부사관으로 입대해 리더가 되고, 추후 장교로 임관할 기회도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해군 병'으로의 복무도 적극 추천했다. 윤 함장은 "내 아들 두 명도 지금 해군 병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히며, "병사로 복무해도 청해부대나 환태평양훈련 등을 통해 하와이나 괌 등 해외에서 다양한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고 장점을 부각했다.
이 외에도 군 생활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전국 대도시에 제공되는 관사(아파트) 및 기숙사 ▲안정적인 연금 ▲본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보장되는 직업 안정성 ▲전액 국비로 지원되는 해외 유학 및 교육 기회 ▲전역 후 방산업체 연계 등 취업 지원 등을 상세히 설명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선배와의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 Q&A 현장
강연의 백미는 격의 없는 질의응답이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날카롭고 현실적인 질문들을 쏟아냈고, 윤 함장은 대영고 선배의 입장에서 후대들에게 솔직하고 애정 어린 대답을 들려주었다.
Q: 해군에서 비행기(수송기) 조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해군에는 아쉽게도 수송기는 없지만,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항공사령부로 가면 공군에 위탁 교육을 받아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해사를 졸업해도 배만 타는 것이 아니라 해병대 장교, UDT나 SSU 장교 등 다양한 길이 열려 있습니다."
Q: 해사에서 공학사를 취득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예를 들어 조선공학을 전공한 내 동기는, 함정을 타는 병과가 아닌 배를 만드는 '조함' 병과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전역하여 지금은 관련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죠. 자기 전공을 살려 방산업체 등 갈수 있는 길이 다양합니다."
Q: 영어를 잘하시나요?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되나요?
"저는 '영주 사투리'가 섞인 영어를 합니다.(웃음) 하지만 해군은 미군과 연합 훈련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재학 시절, 군대 내 '부조리'나 '군기를 잡는 행위’ 같은 것이 있었나요?
"솔직히 제가 30여 년 전에 학교 다닐 때는 간혹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SNS가 워낙 발달해서 이제는 불가능합니다. (주머니에서 당근 모양 볼펜을 꺼내며) 오히려 지금은 '소통'이 중요합니다. 한 하사가 힘들 때 신호를 보내겠다며 이 당근을 줬는데, 지금은 제가 '힘들면 언제든 이 당근을 흔들어라. 내가 도와주겠다'는 의미로 9개월째 가지고 다닙니다."
Q: 군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위 시절, 첫 항해 때였습니다. 당직 근무를 마치고 갑판에 나갔는데, 수평선 위에 정말 바다와 하늘, 그리고 저, 딱 셋만 존재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노을이 지고 난 뒤에는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은하수와 별들이 쏟아졌죠.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경험, 그때 '해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 없는 영주에서 해군을 꿈꾼 이유
강연 말미, 윤 함장은 바다가 없는 영주에서 해군을 선택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를 밝혔다.
"저의 외할아버님께서 해군 상사 출신이십니다. 외갓집에 가면 할아버지의 훈장과 군복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그걸 가지고 놀며 자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해군 이야기를 자주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해군이 친숙해졌습니다."
이어 그는 고교시절에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적이 더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고1 때 '해군사관학교에 가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목표가 생기니 사람이 움직이게 되더군요. 성적이 조금씩 올랐습니다.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 거의 꼴찌로 들어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 졸업할 때는 중간 이상을 했고, 지금은 독도함장까지 하고 있습니다."고 말해 후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윤 함장은 후배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노력과 열정' 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후배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둘째는 '소셜(Social) 역량', 즉 관계의 중요성이었다.
"공부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옆에 있는 친구들, 선후배, 그리고 선생님들입니다. 이런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표를 이루는 데도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선배님 말씀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만난 학생들의 얼굴에는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대영고1학년 김교협 학생
1학년 김교협 학생은 "사실 군인이라는 진로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선배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며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영고1학년 강민결
1학년 강민결 학생 역시 "과거에 군인 진로를 잠시 고민했다가 접었었는데, 이번 강연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함장님이 모교 선배님으로서 직접 경험을 말씀해주시니, 해군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주라는 든든한 뿌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거목으로 성장한 윤 함장의 이야기는, 후배들의 가슴에 '할 수 있다'는 뜨거운 열정과 구체적인 꿈의 항로를 동시에 그려준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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